페인스크램블러
페인스크램블러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고통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지속된 시간에 따라 급성, 만성, 난치성 통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급성통증은 약 1-3 개월 이내에 발생하여 적극적인 통증치료에 반응을 잘 보일 수 있는 질환을 말합니다.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된 통증으로 반복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반응을 잘 안 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밟습니다.
난치성 통증은 쉽게 얘기하면 너무 오래되어 잘 낫지 않는 통증이라고 보면 됩니다.
급성 통증이 발생되었을 때 적절히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었을 경우 통증을 느끼는 신경계통에 변화가 발생하여 만성 경과를 밟게 되고 결국 비가역적인 신경계 변화가 발생하여 난치성 통증으로 변하게 됩니다.
외래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분들이 '이러다 곧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1-2개월이 넘도록 통증을 방치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질병의 종류에 따라 경과가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피부를 날카로운 물건에 베이거나 관절을 접질리는 등의 급성 통증은 신체의 자연적인 복구 능력에 의해 수 일간의 통증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회복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급성 대상포진성 통증이나 칼로 신경이 절단된 경우와 같이 신경조직이 손상되는 경우는 초기에 적절히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정시간이 흐른 후 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질환의 대표적인 예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통, 만성 편두통, 환지통(손가락을 절단하고 나서 발생하는 신경통) 등이 있으며, 더 극단적인 형태의 만성 신경통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난치성 통증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통증 초기 진료 및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통증으로 발전한 경우 어떻게 치료할까요?
신경손상의 회복을 도모하고 통증 조절 목적의 신경치료와 신경통 약물 복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의료진과 환자 모두 실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페인스크램블러(Pain scrambler)를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페인스크램블러는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 엔지니어인 Giuseppe Marineo에 의해 개발되었고 약 10여 편의 논문과 유럽, 미국, 한국의 식약청(FDA)을 통과하는 등 그 효과와 안정성은 입증되어 있습니다.
페인스크램블러의 치료 원리는 지속적인 통증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과정에 수학적으로 계산된 엉뚱한 신호를 뒤섞어(scrambling) 몸이 통증을 못 느끼도록 함으로써 통증을 조절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반복되는 통증신호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면 교감신경 등을 통해 통증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고 또한 뇌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신호가 약해지면서 통증은 점차 심해지며 만성화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골절상을 입은 팔이 처음에는 유연한 상태를 유지하다 일정시간이 흐르면 아주 강하게 굳게(self splinting) 됩니다. 이는 중추신경계가 골절발생 이후 더 이상의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근육을 교감신경을 통해 강하게 수축시킨 결과, 기존의 손상된 정도보다 훨씬 과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현상으로 중추신경계의 감작현상(sensitization)이라 합니다.
급성 통증이 만성통증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중추신경계의 감작현상은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이런 변화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비가역적인 신경변성을 일으켜 잘 낫지 않는 만성 통증, 심지어 난치성 통증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페인스크램블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되던 통증 신호를 차단 하여 활성화된 중추신경계가 안정화되고, 반복적인 통증 전달을 위해 많이 분비되던 신경전달 물질의 양이 줄어듦으로 인해 통증이 조절되는 것입니다.
치료 방법은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가로 지르거나 둘러싸는 방식으로 피부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방식으로 매일 40분, 10일간 연속적으로 시행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입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암성 통증,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 항암제 유발성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 만성 관절통 등 신경통(신경이 정상적인 감각이 아닌 비정상적인 감각이나 통증을 전달하는 상태)적인 특징을 보이는 질환에 효과적입니다.
이 외에 외상성 급성 통증이나 디스크 통증 환자에서 반복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조절이 어려울 때 보조적으로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통증 조절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기자극만으로 치료하는 페인스크램블러는 효과적인 비수술 치료법입니다.
어떤 질환에 대해 100%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인 치료는 있을 수 없고 만성 통증질환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최근에는 통증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전기자극을 지속적으로 발생시켜 증상을 못 느끼게 하는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 마약 등의 진통제를 척수내부에 설치된 관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척수강내 약물펌프 주입술 등이 통증 치료 영역에서 모든 치료에 불응하는 난치성 통증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치료들은 고가의 치료비와 내성으로 인한 효과 저하, 배나 등쪽에 기구를 삽입해야 하는 침습적인 시술로 치명적 감염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